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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쓰는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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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비와 우비 – 2022.12.01. 비가 내린다. 빗물은 상처난 곳을 더욱 더 쓰라리게 만들며 나를 쓸고 내려간다. 나는 이제 비가 무섭고 비가 싫다. 그래서 계속, 계속해서 비를 피한다. 상처가 난 곳을 비가 쓸고, 아프고를 반복하면서 어느새 통증에 무뎌졌고 그런 감각들에, 그리고 그런 감정들 하나하나에 둔해지기 시작해질 무렵 우비를 하나 샀다. 우비를 입고 비를 맞는다. 아무렇지도 않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지만, 이전과 다른 것은 아프지 않다는 것. 나는 이제 장화를 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린다. 장화를 신고 첨벙첨벙 웅덩이를 밟고 다닌다.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웅덩이를 뛰어다닌다. 이제는 그런 쓰라림도, 아픔도, 슬픔도 없다. 나는 이제 비오기를 기다리고, 비가 오면 우비와 장화를 챙겨 밖으로 당당히 나간다. 옷장보단 빨래건조대가 .. 2023. 2. 6.
#5 꿈 – 2018년 언젠가 꿈을 꾸었다. 꿈을 이루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잠에서 깨자 그 꿈은 사라지고 있었다. 붙잡으려 발버둥 쳐도 잡히지 않았고 멀리, 아주 멀리 떠나가버렸다. 시간이 흘러 나는 이제 꿈을 꾸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살아갈 뿐이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 평범하지 않은 노력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니, 어쩌면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꿈이 없는 삶을 살아가면서. 어느 날 책장 서랍에서 찾은 봉투 하나. 봉투에는 내가 과거에 꿈을 꾸며 만들었던 팔찌가 담겨있었다. 그때의 나는 매일매일 팔찌를 차고서 당당히 꿈을 키워갔는데 그리고 팔찌를 차고 잠도 잤는데 이제는 내 꿈이 어느새 허상이 되어 있었다. 팔찌를 차며 꿈을 이루리라 다짐했던 당당했던 과거의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위태로.. 2023. 2. 6.
#4 파도 – 2022.11.23. 인간관계는 밀물과 썰물이다. 밀물 때 깊게 들어온 모래는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다. 깊지 않게 들어온 모래는 가벼운 썰물에도 쉽게 나가지만, 그만큼 가볍게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 아주 깊게 들어와 빠져나가지 않을 것 같던 모래도 강한 밀물에는 속절없이 빠져나간다. 결국 그런 것 같다. 긴긴 세월동안 밀물과 썰물처럼 여러 관계들이 나를 찾아오고 나간다. 가볍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깊게 박힌 모래처럼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래조차 강한 파도에 쓸려나간다. 잠시 머무르는 모래에 의미부여하지 말자. 그럼 깊게박힌 모래는 어떻게 해야할까. 의문 투성이네. // 어떤 친구와 절연하고 썼던 시였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참 어렵습니다.. 2023. 2. 6.
#3 포기할 용기 – 2022.08.08. 암벽을 오른다. 가르다란 줄 하나만을 의지한채 암벽을 애써 기어 오른다. 본적도 없는 저기 정상 너머에는 무언가 있겠지. 내가 느끼지 못한 감정과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겠지. 아니, 이렇게 힘들게 올라가니 반드시 있어야만 하지. 스스로 최면을 걸고 암벽을 오른다. 정상에서 떨어지는 바위에 맞아 상처가 나도 그저 묵묵히 오른다. 비바람이 불어도, 뜨거운 햇살이 내려도 그저 묵묵히 오른다. 대화할 사람조차 없는 고독함 속에서 평온함을 찾는 연습을 한다. 마침내 정상이 보이고 터져나오는 설움과 눈물을 꾹 참고 손을 뻗는다. 그러나 발을 내딛는 순간 미끄러지고 하염없이 떨어진다. 그리고 반복되는 등반과 낙하. 실패의 반복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무얼 위해서 이걸 하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 2023. 2. 6.
#2 노력 – 2022.10.13.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날에 길거리에서 말라 죽은 지렁이는 고작 이런 삶을 살기위해 그토록 노력했을까 지렁이가 죽지 않기 위해선 얼마나 더 큰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었을까 하지만 지렁이는 죽었고 그게 지금의 전부다 지렁이를 보고 그 조그마한 측은지심조차 들지 않는 세상에서 지렁이가 해온 노력들은 일말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10만큼 노력하면 20만큼 노력하지 않았다고, 20만큼 노력하면 40만큼 노력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내가 100만큼 노력하면 어디에 사는지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보다 더 노력하지 않았다고, 내가 해온 노력이, 타인의 그 어떠한 노력도 없이 쉽게 폄하되는 세상에서 누군가를 만족시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다 지렁이가 살아온 삶은 가치있었을까 죽었더라도 최선을 다했.. 2023. 2. 6.
#1 나의 이야기 – 2022.12.07.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하고 싶은 말 나의 가치관 나의 생각 나의 고민들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리고 몰래몰래 읊조린다. 나라는 사람의 의외인 면일 수도 있고 그럴만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그냥 내가 하고싶은 일. 시적인 운율도 없고 시에 어울리는 어휘를 구사하지도 않으며 가독성이 좋은 것도 아니겠지만 그냥 나의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적어본다. 나의 이야기, 나의 시 // 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취미는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쓰며 하는 것 같아 눈치는 보지 않지만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시를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 시적인 운율이나 뛰어난 공감각적인 표현은 없지만 그냥 나의 이야기들을 어딘가에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 2023. 2. 6.
#0 시 개인적인 생각들, 가치관들, 하고싶었던 말들을 머릿속에만 담고 있다가, 얼마 전부턴 한글파일에 시를 쓰며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취미로 하고 있어서 엄청나게 퀄리티가 좋지는 않고 시적인 운율도 많지 않겠지만 그냥 담백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보통의 시라고 함은, 소리없는 아우성이라든가... 낡은 목소리... 축축한 그림자 등처럼 여러 공감각적인 단어들을 섞어쓰기 마련인데 사실 그정도까지의 실력은 안되기에 그냥 평소 느꼈던 것들이 잘 전달되기만을 바라며 시를 쓰려 합니다. 2023.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