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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쓰는 개발자
생각 정리/시

#2 노력 – 2022.10.13.

by poetDeveloper 2023. 2. 6.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날에

길거리에서 말라 죽은 지렁이는

고작 이런 삶을 살기위해 그토록 노력했을까

 

지렁이가 죽지 않기 위해선 얼마나 더 큰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었을까

하지만 지렁이는 죽었고 그게 지금의 전부다

 

지렁이를 보고 그 조그마한 측은지심조차 들지 않는 세상에서

지렁이가 해온 노력들은 일말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10만큼 노력하면 20만큼 노력하지 않았다고,

20만큼 노력하면 40만큼 노력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내가 100만큼 노력하면 어디에 사는지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보다 더 노력하지 않았다고,

내가 해온 노력이, 타인의 그 어떠한 노력도 없이 쉽게 폄하되는 세상에서

누군가를 만족시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다

 

지렁이가 살아온 삶은 가치있었을까

죽었더라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나는 그것조차 평가할 수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지렁이보다도 못한 삶을 사는 나에게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쬘 뿐이다

 

 

// 지렁이, 달팽이 같이 느린 친구들을 보면 정말 인간의 관점에서 이 친구들이 왜 살아가는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느려서 죽기도 쉽고, 햇볕에, 차에 치여, 인간에 밟혀 등 정말 여러가지 이유로 죽는데 이 친구들이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친구들이 느리지만 언제나 제가 볼때마다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부터는 이 친구들이 하고 있는 노력에 대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렁이가 하는 노력은 보통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움직여봤자 제가 한걸음 움직이는 것만도 못하니깐요. 그래서 지렁이의 노력은 저에 의해 너무나도 쉽게 폄하당합니다. 그리고 제가 말합니다. "네가 죽지 않고 안전한 곳까지 움직이기 위해선 한번이 아니라 두번 꿈틀댔어야지. 두번이 아니라 세번 꿈틀댔어야지. 네 노력이 부족했던 거야." 그럼 지렁이의 노력은 결과가 안좋으니까 가치가 없던 것이었을까요? 저는 이것을 감히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 각자의 사정이라는 게 있고 저는 그것을 알지 못하니깐요. 지렁이의 노력 자체가 의미가 있다 같은 이야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것조차도 제가 평가할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의미가 있었는지는 지렁이 자신만이 알고 있을테니깐요.

SNS에서, 혹은 사석에서 제3자의 이야기를 할 때를 보면 유독 이런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 시험에 떨어지면 그 사람의 노력은 정말 쉽게, 그리고 그 사람이 시험을 준비했던 기간에 비하면 아주 아주 짧은시간에 평가되고 그 뒤엔 깎아 내려집니다.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 의해 내가 평가당하고 나의 노력이 깎이는 세상에서 그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결국 우리는 누군가를 평가하기에는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고 각자의 사정이라는 게 있으니 누군가의 노력을 쉽게 논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고, 그것을 평가할 자격또한 주어지지 않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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