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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쓰는 개발자
생각 정리/시

#6 비와 우비 – 2022.12.01.

by poetDeveloper 2023. 2. 6.

비가 내린다.

빗물은 상처난 곳을 더욱 더 쓰라리게 만들며 나를 쓸고 내려간다.

나는 이제 비가 무섭고 비가 싫다.

그래서 계속, 계속해서 비를 피한다.

 

상처가 난 곳을 비가 쓸고, 아프고를 반복하면서

어느새 통증에 무뎌졌고

그런 감각들에, 그리고 그런 감정들 하나하나에 둔해지기 시작해질 무렵

우비를 하나 샀다.

 

우비를 입고 비를 맞는다.

아무렇지도 않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지만, 이전과 다른 것은 아프지 않다는 것.

나는 이제 장화를 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린다.

 

장화를 신고 첨벙첨벙 웅덩이를 밟고 다닌다.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웅덩이를 뛰어다닌다.

이제는 그런 쓰라림도, 아픔도, 슬픔도 없다.

나는 이제 비오기를 기다리고, 비가 오면 우비와 장화를 챙겨 밖으로 당당히 나간다.

 

옷장보단 빨래건조대가 편한 우비처럼

신발장보단 밖에 놓여있는 것이 편한 장화처럼

그렇게 살아야겠다.

그렇게 살아가봐야겠다.

 

 

// 라디오였나... 어디서 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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