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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쓰는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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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해가 뜨지 않는 곳에 사는 너에게 – 2023.11.15. 먹구름을 몰고다녀 언제나 우산을 들고 다니는 너는 그저 축축한 발걸음을 한 나그네였다. 땅만보고 걸어다니는 너는 계절의 변화에도 무뎌진채 너도 모르는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화사한 봄같은 너였지만 이젠 쓸쓸한 낙엽만 지니고 있구나. 동굴로 들어간 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너의 낙엽으로 모닥불을 피워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언제나처럼 기다리고 있을테니 네가 밖으로 나오는 그날 스스로 해가 되어 보라고 따스한 봄내음이 담긴 바람을 담아 너에게 불어드리리. // 힘든 길을 걷는 사람 옆에 있는 것은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응원해주는 사람이 먼저 건강해야 옆에서 잘 지켜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023. 11. 17.
#23 구름위를 걷는 기분 – 2023.11.13. 땅에서 걷던 나에게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을 알려주고 다시 땅으로 떨어뜨린다. 땅으로 떨어지다못해 파묻혀버린 나는 다시 그에 의해 땅 위를 걷고 또 다시 구름속으로 같이 들어간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하다 다시는 땅으로 떨어지기 싫다고 그를 붙잡고 울며 소리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다시 나를 낭떠러지로 밀어낸다. 이제는 떨어지는 것이 무서워 구름 위를 걷기가 싫어져 그냥 땅속에 파묻혀있어야지. 스스로를 새싹이라고 생각하고 내심 누군가 나를 꺼내주길 바라면서. // . 2023. 11. 15.
#22 어른 아이 – 2023.11.08. 그런 시절이 있었다. 모든 것이 마음으로도 통해서 전화 없이도 놀이터에 모일 수 있고 처음 보는 아이와도 금방 친구가 되며 쉽게 무언가를 약속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웃음이 사라진 얼굴과 맑은 하늘을 보고도 내쉬는 한숨 그리고 눈물을 참는 우리가 있을 뿐이다. 지금도 집안 어딘가에서는 깨진 유리구슬이 굴러다니고 있겠지만 그것을 찾을 이유도 여유도 없다. 우린 어른이 된 아이니까. // 고사리같은 작고 고운 손에 핸드폰도 없던 시절에 놀이터에 가면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지만 우린 친구였습니다. 언제 다시 놀지 쉽게 약속하며 재밌게 놀다 헤어지던 그런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지금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참 순수하.. 2023. 11. 8.
#21 초심 – 2023.11.01. 마음은 어린아이 같아서 잠시 다른 곳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바라보고 있지 않으면 토라져서 사라져버린다. 오늘은 마음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가 내일은 숨어버린 마음이 차라리 잘됐다 싶다. 소중한 마음들은 사라지지 않게 서랍에 고이 넣어두지만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그마저도 사라진다. 그렇지만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새로운 마음들을 다시 서랍에 넣어둔다. 사라져도 꼭 찾아 넣으리라 다짐한 채. // 마음이라는 것이, 다른 것에 몰두하다 보면 희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약간은 유치하기도 한 마음은 내가 안보는 사이에 어딘가로 사라져버립니다. 사라진 마음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차라리 사라지길 바란 사람 처럼 잘됐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마음을 서랍에 넣어두며 자식을 키우.. 2023. 11. 8.
#20 돌맹이 – 2023.10.28. 누가 돌맹이에게 하늘을 날지 말라고 하였던가. 돌맹이는 하늘을 날고 싶다. 사람들의 발에 치여 날아보는 것도 좋고 자신을 장난으로 던지는 것이라도 좋다. 돌맹이는 누군가에 의해 물살을 갈라보기도 하며 바람을 가로질러 하늘로 향한다. 그리고 이내 곧 커다란 바위에 부딪혀 돌맹이는 산산조각이 나고 심연 아래로 가라앉는다. 다시는 하늘을 날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영원히. // 저를 포함해서, 무언가를 하고싶지만 수줍음이 많아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마침내 용기를 내어 발표를 하고 도전을 하지만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하고 스스로 못했다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뒤로 그 사람은 다시는 도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평소처럼 살아갑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나는 이게 맞아"라고 합리화 하면.. 2023. 10. 28.
#19 개미 – 2023.10.20. 일개미는 꾸준히 구덩이에 빠져 죽는다. 100마리, 200마리 셀 수도 없이. 다른 일개미들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이 죽는 대상이 될 수 있음에도 신경쓰지 않는다. 자신의 일만 묵묵히 처리할 뿐이다. 그리고 다시 일개미들은 구덩이에 빠져 죽어나간다. 마치 그것 또한 일의 일부인 것처럼. 다음 날 구덩이는 사라졌다. 여왕개미가 구덩이에 발을 헛디딘 다음날이었다. 다치지도, 죽지도 않았지만. // 사고가 일어날 것이 뻔한 곳임에도 쉽게 고쳐지지 않고, 마침내 누가 죽거나 다쳐야만 외양간을 고치는 모습을 보고 작성하였습니다. 일개미가 아무리 구덩이에 빠져 죽어도 그 누구도 구덩이를 메꿀 생각도 안하지만 여왕개미의 헛디딤 하나로 구덩이는 몇시간만에 메꾸어집니다. 현장에서 누군가 다쳐야지만 경각심이 드.. 2023. 10. 28.
#18 로봇 – 2023.09.16.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가만히 멈추어 하늘을 바라본다. 수많은 사람이 밀치고 지나가며 길을 막는다고 욕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내심 부러워한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는 허상의 기준을 좇으며 모두가 로봇이라도 된 것처럼 무의식 속에 살 뿐이다. 수많은 로봇 사이에서 잠시 멈추어 사람이 되었다가 움직이면 다시 로봇이 된다. 움직이는 로봇들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자신의 다리가 멈추기만을 기다린다. //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혹은 저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로봇처럼 산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합니다. 자아를 빼놓고 자신이 해야하는 일에만 집중한 뒤,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간혹 퇴사하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하지만, 퇴사하면 결국 뒤쳐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밀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 2023. 9. 16.
#17 선과 악 – 2023.03.10. 세상의 모든 것을 둘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이것은 나뉘어져있지 않고 서로 원형으로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과 악에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선의 끝에는 악이 있고 악의 끝에는 선이 있다. 선을 계속 추구하다보면 어느순간 더이상 선을 추구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오는데 그때부터는 악이 시작된다 스스로 정의를 자처하고 판단하고, 심판하기까지하는데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따위는 쉽게 하지 못한다 그동안 너무 오랜 세월동안 선을 추구해왔기에 자신은 선하다고 착각하고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선하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악하다 더 정확히는, 선하다고 생각하는 그때부터 악해진다 마치 선의 끝에서 악이 시작되는 고리처럼. // 물론 저의 치기어린 생각일테지만 선을 계속 추구하.. 2023. 9. 8.
#16 시간이 흐른다는 것 – 2023.03.09.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어릴적 심었던 나무가 내 키를 훌쩍 넘길동안 내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정하고 어떤 때에는 방황하고 멈추고 아프고, 깨지고, 부셔지고 울고, 쓰라리고, 넘어지고 자책하고 스스로를 비난하며 의심한다는 것. 다른말로는, 시간이 흐르는 것과도 같이 자연스럽다는 것. 그러니 우리 지금 너무 슬퍼하지말자. 살면서 우리 앞에 있을 많은 고난과 역경을 위해 그리고 수많은 이별을 위해 뼈아픈 실패의 고통과 쓰린 상처를 위해 그때를 위해 지금의 눈물은 잠시 거두고 아껴두자 이 모든 건 자연스러운거니까. 2023.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