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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쓰는 개발자

생각 정리/시37

#9 각도 – 2022.12.20. 너를 사랑하는 만큼 너와 나 사이엔 각도가 생긴다. 너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너에게 몸을 기대며 네가 비에 맞지 않게 우산을 기울인다. 너에게 기울이고 너에게 다가가서 너를 사랑한다. // 어떤 TV 광고를 보고 썼던 기억이 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세요 그런 맥락의... 2023. 2. 6.
#8 쉽게 쓰여진 시 – 2022.12.05. 누군가를 평가하기에는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지나가는 누군가를 보고 속으로 그를 깎아내리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남을 아주 쉽게 폄하하고, 깎아내리며, 그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혀가 짧은 누군가를 보고 내가 그를 흉내내며 우리가 웃는 동안 나의 우스꽝스러운 흉내를 듣고도 못들은 채 넘어가는 어머니의 마음을 나는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내가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듯 그 또한 당신의 소중한 자식이었을테니. 아주 쉽고, 누구나 알 수 있으며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남을 쉽게 비하하지 말라는 말은 아주 어렵고, 아무나 알 순 없으며 그리 쉽지도 않은 것 같다. 내가 그를 쉽게 깎아내린 것처럼 이리도 쉽게 쓰여진 시 또한 누군가를 통해 쉽게 폄하당한다. 내가 그래왔던.. 2023. 2. 6.
#7 지우개 – 2022.12.03. SNS에서, 일본의 초등학생이 썼다는 한 시를 보았다. “저눈 말을 기역하는 지우게입니다. 여러 문방구에서 팔이고 있슴니다. 잘 사감니다. 그리고, 반으 모두가 저를 씀니다. 하지만, 모두가 지우는 거슨 틀린 말이기 때문애 저눈 틀린 말바께 기억하지 못함니다.” 지우개가 걸어왔던 길은 오답으로 가득찬 길이었겠지. 지우개에 의해 비로소 길이 깨끗해졌고 누군가는 그 길을 편하게 다니겠지만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누가 고마워하기라도 할까 내가 지우개였다면 과연 행복했을까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묵묵히 해낸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는 것 같다.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고 인정해주지도 않지만 지우개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오롯이 상대만을 위한 삶을 사는 이. 부모님이 생각나기도 한다. // 일본 초등학생이 쓴 시.. 2023. 2. 6.
#6 비와 우비 – 2022.12.01. 비가 내린다. 빗물은 상처난 곳을 더욱 더 쓰라리게 만들며 나를 쓸고 내려간다. 나는 이제 비가 무섭고 비가 싫다. 그래서 계속, 계속해서 비를 피한다. 상처가 난 곳을 비가 쓸고, 아프고를 반복하면서 어느새 통증에 무뎌졌고 그런 감각들에, 그리고 그런 감정들 하나하나에 둔해지기 시작해질 무렵 우비를 하나 샀다. 우비를 입고 비를 맞는다. 아무렇지도 않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지만, 이전과 다른 것은 아프지 않다는 것. 나는 이제 장화를 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린다. 장화를 신고 첨벙첨벙 웅덩이를 밟고 다닌다.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웅덩이를 뛰어다닌다. 이제는 그런 쓰라림도, 아픔도, 슬픔도 없다. 나는 이제 비오기를 기다리고, 비가 오면 우비와 장화를 챙겨 밖으로 당당히 나간다. 옷장보단 빨래건조대가 .. 2023. 2. 6.
#5 꿈 – 2018년 언젠가 꿈을 꾸었다. 꿈을 이루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잠에서 깨자 그 꿈은 사라지고 있었다. 붙잡으려 발버둥 쳐도 잡히지 않았고 멀리, 아주 멀리 떠나가버렸다. 시간이 흘러 나는 이제 꿈을 꾸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살아갈 뿐이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 평범하지 않은 노력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니, 어쩌면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꿈이 없는 삶을 살아가면서. 어느 날 책장 서랍에서 찾은 봉투 하나. 봉투에는 내가 과거에 꿈을 꾸며 만들었던 팔찌가 담겨있었다. 그때의 나는 매일매일 팔찌를 차고서 당당히 꿈을 키워갔는데 그리고 팔찌를 차고 잠도 잤는데 이제는 내 꿈이 어느새 허상이 되어 있었다. 팔찌를 차며 꿈을 이루리라 다짐했던 당당했던 과거의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위태로.. 2023. 2. 6.
#4 파도 – 2022.11.23. 인간관계는 밀물과 썰물이다. 밀물 때 깊게 들어온 모래는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다. 깊지 않게 들어온 모래는 가벼운 썰물에도 쉽게 나가지만, 그만큼 가볍게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 아주 깊게 들어와 빠져나가지 않을 것 같던 모래도 강한 밀물에는 속절없이 빠져나간다. 결국 그런 것 같다. 긴긴 세월동안 밀물과 썰물처럼 여러 관계들이 나를 찾아오고 나간다. 가볍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깊게 박힌 모래처럼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래조차 강한 파도에 쓸려나간다. 잠시 머무르는 모래에 의미부여하지 말자. 그럼 깊게박힌 모래는 어떻게 해야할까. 의문 투성이네. // 어떤 친구와 절연하고 썼던 시였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참 어렵습니다.. 2023. 2. 6.
#3 포기할 용기 – 2022.08.08. 암벽을 오른다. 가르다란 줄 하나만을 의지한채 암벽을 애써 기어 오른다. 본적도 없는 저기 정상 너머에는 무언가 있겠지. 내가 느끼지 못한 감정과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겠지. 아니, 이렇게 힘들게 올라가니 반드시 있어야만 하지. 스스로 최면을 걸고 암벽을 오른다. 정상에서 떨어지는 바위에 맞아 상처가 나도 그저 묵묵히 오른다. 비바람이 불어도, 뜨거운 햇살이 내려도 그저 묵묵히 오른다. 대화할 사람조차 없는 고독함 속에서 평온함을 찾는 연습을 한다. 마침내 정상이 보이고 터져나오는 설움과 눈물을 꾹 참고 손을 뻗는다. 그러나 발을 내딛는 순간 미끄러지고 하염없이 떨어진다. 그리고 반복되는 등반과 낙하. 실패의 반복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무얼 위해서 이걸 하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 2023. 2. 6.
#2 노력 – 2022.10.13.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날에 길거리에서 말라 죽은 지렁이는 고작 이런 삶을 살기위해 그토록 노력했을까 지렁이가 죽지 않기 위해선 얼마나 더 큰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었을까 하지만 지렁이는 죽었고 그게 지금의 전부다 지렁이를 보고 그 조그마한 측은지심조차 들지 않는 세상에서 지렁이가 해온 노력들은 일말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10만큼 노력하면 20만큼 노력하지 않았다고, 20만큼 노력하면 40만큼 노력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내가 100만큼 노력하면 어디에 사는지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보다 더 노력하지 않았다고, 내가 해온 노력이, 타인의 그 어떠한 노력도 없이 쉽게 폄하되는 세상에서 누군가를 만족시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다 지렁이가 살아온 삶은 가치있었을까 죽었더라도 최선을 다했.. 2023. 2. 6.
#1 나의 이야기 – 2022.12.07.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하고 싶은 말 나의 가치관 나의 생각 나의 고민들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리고 몰래몰래 읊조린다. 나라는 사람의 의외인 면일 수도 있고 그럴만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그냥 내가 하고싶은 일. 시적인 운율도 없고 시에 어울리는 어휘를 구사하지도 않으며 가독성이 좋은 것도 아니겠지만 그냥 나의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적어본다. 나의 이야기, 나의 시 // 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취미는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쓰며 하는 것 같아 눈치는 보지 않지만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시를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 시적인 운율이나 뛰어난 공감각적인 표현은 없지만 그냥 나의 이야기들을 어딘가에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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