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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쓰는 개발자

생각 정리/시37

#18 로봇 – 2023.09.16.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가만히 멈추어 하늘을 바라본다. 수많은 사람이 밀치고 지나가며 길을 막는다고 욕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내심 부러워한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는 허상의 기준을 좇으며 모두가 로봇이라도 된 것처럼 무의식 속에 살 뿐이다. 수많은 로봇 사이에서 잠시 멈추어 사람이 되었다가 움직이면 다시 로봇이 된다. 움직이는 로봇들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자신의 다리가 멈추기만을 기다린다. //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혹은 저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로봇처럼 산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합니다. 자아를 빼놓고 자신이 해야하는 일에만 집중한 뒤,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간혹 퇴사하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하지만, 퇴사하면 결국 뒤쳐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밀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 2023. 9. 16.
#17 선과 악 – 2023.03.10. 세상의 모든 것을 둘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이것은 나뉘어져있지 않고 서로 원형으로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과 악에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선의 끝에는 악이 있고 악의 끝에는 선이 있다. 선을 계속 추구하다보면 어느순간 더이상 선을 추구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오는데 그때부터는 악이 시작된다 스스로 정의를 자처하고 판단하고, 심판하기까지하는데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따위는 쉽게 하지 못한다 그동안 너무 오랜 세월동안 선을 추구해왔기에 자신은 선하다고 착각하고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선하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악하다 더 정확히는, 선하다고 생각하는 그때부터 악해진다 마치 선의 끝에서 악이 시작되는 고리처럼. // 물론 저의 치기어린 생각일테지만 선을 계속 추구하.. 2023. 9. 8.
#16 시간이 흐른다는 것 – 2023.03.09.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어릴적 심었던 나무가 내 키를 훌쩍 넘길동안 내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정하고 어떤 때에는 방황하고 멈추고 아프고, 깨지고, 부셔지고 울고, 쓰라리고, 넘어지고 자책하고 스스로를 비난하며 의심한다는 것. 다른말로는, 시간이 흐르는 것과도 같이 자연스럽다는 것. 그러니 우리 지금 너무 슬퍼하지말자. 살면서 우리 앞에 있을 많은 고난과 역경을 위해 그리고 수많은 이별을 위해 뼈아픈 실패의 고통과 쓰린 상처를 위해 그때를 위해 지금의 눈물은 잠시 거두고 아껴두자 이 모든 건 자연스러운거니까. 2023. 9. 8.
#15 적응 – 2023.02.06. 세월이 흐를수록 하면 안 되는 것의 범위는 좁아지고 해도 되는 것의 범위는 더 넓어지니 과거에는 하면 안 되는 행동들이 이제는 행해지고 있고 범주의 경계를 넘어 너나 할 것 없이 오직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이때, 과거인들은 하면 안 되는 것의 범위가 좁아지지 않은 세계에 살고 있고 현대인들은 범위가 좁아진 곳에 살고 있으니 이 간격을 줄일 수가 없고 서로를 이해할 수도 없다. 정확히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여기서 말하는 과거인은 몇 십년 전도 아니고 단 몇 년 전이며 심하면 단 1년 전이라도 해당된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나도 어느새 과거인이 되어있었고 나 또한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남아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 적응하지 못한 채로. 2023. 2. 7.
#14 양과 늑대 – 2023.01.24. 나는 양이다. 양은 양들과 섞여있을 때 가장 양답다. 개중에는 양의 순진한 성격을 싫어하는 양도 있다. 그런 양이 순진한 양들을 떠나 늑대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양이 늑대가 될 수는 없다. 그저 성격이 사나운 양이 될 뿐이다. 잠시나마 늑대들 사이에 섞여 놀 수는 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이 양임을 깨닫게 된다면 결국 양들 곁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양은 양답게 사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다. 양이 늑대가 되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객기 오만 그러나 그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희망 기회 2023. 2. 6.
#13 카페 – 2023.01.22. 카페의 소음은 색깔을 섞는 것 같다 하나 하나 가까이서 들어보면 모두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 자리에서 듣는 소리는 그저 웅성거림에 불과하니 마치 여러 색깔이 섞여 알 수 없는 색이 탄생하는 것처럼 개개인들이 모여서 만드는 불규칙한 하모니 그것 또한 조화가 아닐까 // 이런 시를 쓸 때는 실제로 장소가 카페인 경우가 많습니다.. 동네 스타벅스에서 썼던 기억이 있네요 2023. 2. 6.
#12 우물 안 개구리 – 2023.01.22. 나는 우물 안 개구리 어렸을 땐 그냥 내 몸집이 작아서 우물을 못 나가는 줄 알았다. 조금 커서 보니, 우물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겨 매일같이 뛰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연습했고 난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 보니 내가 작은 것도 아니었고 내 뛰는 연습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우물이 너무 컸던 건데 난 그것도 모르고 그것도 모르고 내가 영웅이라도 되겠다는 것 마냥 그렇게 연습을 해댔던 것이다 나는 저들과 다르다고 입이 닳도록 말했고 우물에 빠져서 저 나이 되도록 탈출하지 못한 것을 한심하다고 비난했으며 반드시 이곳을 나가 위에서 여기를 내려다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결국 결국 나는 우물 안 개구리 2023. 2. 6.
#11 눈물 – 2023.01.22. 어렸을 때 눈물을 흘렸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모든 게 자기 맘대로 되던 시절에 엄마가 장난감 로봇을 안 사주거나 내가 가던 길을 돌부리가 막아 넘어지거나 같은 뭔가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같은 그런 시덥잖은 이유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유가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내 맘대로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아져서 울음의 가치가 사라져서일까 내 맘대로 살고 모든 게 내 뜻대로 움직이던 그때가 그립다. 2023. 2. 6.
#10 모자(母子) – 2023.01.20. 설을 맞아 오랜만에 할머니를 뵈러 간다. 할머니 연세가 벌써 100을 앞두고 계시고, 얼마 전부터는 치매증상도 생겨 주변 사람들을 잘 알아보시지도 못한다. 나에게 할머니는 아직도 주섬주섬 용돈을 챙겨주시던 분으로 기억되는데 어느새 이렇게 쇠약해지셔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신다. 할머니 옆에 앉아 엄마가 물어본다. “우리 누군지 알아보시겠어??” “몰라” 아빠를 가리키며 엄마가 말한다. “이사람 누구야 ?” “몰라” 아빠는 씁쓸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그렇게 엄마는 할머니께 올 때마다 아빠에 대해 설명을 하곤 한다. 며느리가, 기억도 못하는 당신께 당신의 아들에 대해 설명한다.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겨우 30분 만나러 4시간을 차 타고 온 아빠의 심경을 나는 감히 이해할 수조차 없다. 처음에는 그..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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