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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쓰는 개발자
생각 정리/시

#18 로봇 – 2023.09.16.

by poetDeveloper 2023. 9. 16.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가만히 멈추어 하늘을 바라본다.

 

수많은 사람이 밀치고 지나가며

길을 막는다고 욕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내심 부러워한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는 허상의 기준을 좇으며

모두가 로봇이라도 된 것처럼 무의식 속에 살 뿐이다.

 

수많은 로봇 사이에서 잠시 멈추어 사람이 되었다가

움직이면 다시 로봇이 된다.

 

움직이는 로봇들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자신의 다리가 멈추기만을 기다린다.

 

 

//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혹은 저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로봇처럼 산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합니다. 자아를 빼놓고 자신이 해야하는 일에만 집중한 뒤,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간혹 퇴사하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하지만, 퇴사하면 결국 뒤쳐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밀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리는 평일에 로봇처럼 살다가 주말에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잠시 멈추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 것 같습니다. 계속 일하는 것은 로봇같고 사람답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로봇들은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도 망각한 채 일만 하고 있고, 언젠가 쉬는 날이 오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만 할 뿐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일하다가 죽는 것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리가 멈춘 날은 과연 쉬는 날일까요, 죽는 날일까요 ? 주체적인 삶으로 종종 스스로 다리를 멈추는 것만이 죽음을 면하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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