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 쓰는 개발자
생각 정리/시

#10 모자(母子) – 2023.01.20.

by poetDeveloper 2023. 2. 6.

설을 맞아 오랜만에 할머니를 뵈러 간다.

할머니 연세가 벌써 100을 앞두고 계시고,

얼마 전부터는 치매증상도 생겨 주변 사람들을 잘 알아보시지도 못한다.

나에게 할머니는 아직도 주섬주섬 용돈을 챙겨주시던 분으로 기억되는데

어느새 이렇게 쇠약해지셔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신다.

 

할머니 옆에 앉아 엄마가 물어본다.

우리 누군지 알아보시겠어??”

몰라

아빠를 가리키며 엄마가 말한다.

이사람 누구야 ?”

몰라

아빠는 씁쓸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그렇게 엄마는 할머니께 올 때마다 아빠에 대해 설명을 하곤 한다.

며느리가, 기억도 못하는 당신께 당신의 아들에 대해 설명한다.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겨우 30분 만나러

4시간을 차 타고 온 아빠의 심경을 나는 감히 이해할 수조차 없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엄마를

이해하고, 또 이해하며 슬픔을 삼키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슬픔을 나는 생각조차 못하게 겉으로 내비치지도 않으셨다. 아빠는.

 

아빠이기 이전에 아들이었다.

부모가 뭐길래

자식이 뭐길래

'생각 정리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우물 안 개구리 – 2023.01.22.  (0) 2023.02.06
#11 눈물 – 2023.01.22.  (0) 2023.02.06
#9 각도 – 2022.12.20.  (0) 2023.02.06
#8 쉽게 쓰여진 시 – 2022.12.05.  (0) 2023.02.06
#7 지우개 – 2022.12.03.  (0) 2023.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