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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쓰는 개발자

생각 정리43

#15 적응 – 2023.02.06. 세월이 흐를수록 하면 안 되는 것의 범위는 좁아지고 해도 되는 것의 범위는 더 넓어지니 과거에는 하면 안 되는 행동들이 이제는 행해지고 있고 범주의 경계를 넘어 너나 할 것 없이 오직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이때, 과거인들은 하면 안 되는 것의 범위가 좁아지지 않은 세계에 살고 있고 현대인들은 범위가 좁아진 곳에 살고 있으니 이 간격을 줄일 수가 없고 서로를 이해할 수도 없다. 정확히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여기서 말하는 과거인은 몇 십년 전도 아니고 단 몇 년 전이며 심하면 단 1년 전이라도 해당된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나도 어느새 과거인이 되어있었고 나 또한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남아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 적응하지 못한 채로. 2023. 2. 7.
#14 양과 늑대 – 2023.01.24. 나는 양이다. 양은 양들과 섞여있을 때 가장 양답다. 개중에는 양의 순진한 성격을 싫어하는 양도 있다. 그런 양이 순진한 양들을 떠나 늑대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양이 늑대가 될 수는 없다. 그저 성격이 사나운 양이 될 뿐이다. 잠시나마 늑대들 사이에 섞여 놀 수는 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이 양임을 깨닫게 된다면 결국 양들 곁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양은 양답게 사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다. 양이 늑대가 되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객기 오만 그러나 그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희망 기회 2023. 2. 6.
#13 카페 – 2023.01.22. 카페의 소음은 색깔을 섞는 것 같다 하나 하나 가까이서 들어보면 모두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 자리에서 듣는 소리는 그저 웅성거림에 불과하니 마치 여러 색깔이 섞여 알 수 없는 색이 탄생하는 것처럼 개개인들이 모여서 만드는 불규칙한 하모니 그것 또한 조화가 아닐까 // 이런 시를 쓸 때는 실제로 장소가 카페인 경우가 많습니다.. 동네 스타벅스에서 썼던 기억이 있네요 2023. 2. 6.
#12 우물 안 개구리 – 2023.01.22. 나는 우물 안 개구리 어렸을 땐 그냥 내 몸집이 작아서 우물을 못 나가는 줄 알았다. 조금 커서 보니, 우물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겨 매일같이 뛰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연습했고 난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 보니 내가 작은 것도 아니었고 내 뛰는 연습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우물이 너무 컸던 건데 난 그것도 모르고 그것도 모르고 내가 영웅이라도 되겠다는 것 마냥 그렇게 연습을 해댔던 것이다 나는 저들과 다르다고 입이 닳도록 말했고 우물에 빠져서 저 나이 되도록 탈출하지 못한 것을 한심하다고 비난했으며 반드시 이곳을 나가 위에서 여기를 내려다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결국 결국 나는 우물 안 개구리 2023. 2. 6.
#11 눈물 – 2023.01.22. 어렸을 때 눈물을 흘렸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모든 게 자기 맘대로 되던 시절에 엄마가 장난감 로봇을 안 사주거나 내가 가던 길을 돌부리가 막아 넘어지거나 같은 뭔가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같은 그런 시덥잖은 이유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유가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내 맘대로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아져서 울음의 가치가 사라져서일까 내 맘대로 살고 모든 게 내 뜻대로 움직이던 그때가 그립다. 2023. 2. 6.
#10 모자(母子) – 2023.01.20. 설을 맞아 오랜만에 할머니를 뵈러 간다. 할머니 연세가 벌써 100을 앞두고 계시고, 얼마 전부터는 치매증상도 생겨 주변 사람들을 잘 알아보시지도 못한다. 나에게 할머니는 아직도 주섬주섬 용돈을 챙겨주시던 분으로 기억되는데 어느새 이렇게 쇠약해지셔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신다. 할머니 옆에 앉아 엄마가 물어본다. “우리 누군지 알아보시겠어??” “몰라” 아빠를 가리키며 엄마가 말한다. “이사람 누구야 ?” “몰라” 아빠는 씁쓸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그렇게 엄마는 할머니께 올 때마다 아빠에 대해 설명을 하곤 한다. 며느리가, 기억도 못하는 당신께 당신의 아들에 대해 설명한다.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겨우 30분 만나러 4시간을 차 타고 온 아빠의 심경을 나는 감히 이해할 수조차 없다. 처음에는 그.. 2023. 2. 6.
#9 각도 – 2022.12.20. 너를 사랑하는 만큼 너와 나 사이엔 각도가 생긴다. 너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너에게 몸을 기대며 네가 비에 맞지 않게 우산을 기울인다. 너에게 기울이고 너에게 다가가서 너를 사랑한다. // 어떤 TV 광고를 보고 썼던 기억이 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세요 그런 맥락의... 2023. 2. 6.
#8 쉽게 쓰여진 시 – 2022.12.05. 누군가를 평가하기에는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지나가는 누군가를 보고 속으로 그를 깎아내리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남을 아주 쉽게 폄하하고, 깎아내리며, 그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혀가 짧은 누군가를 보고 내가 그를 흉내내며 우리가 웃는 동안 나의 우스꽝스러운 흉내를 듣고도 못들은 채 넘어가는 어머니의 마음을 나는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내가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듯 그 또한 당신의 소중한 자식이었을테니. 아주 쉽고, 누구나 알 수 있으며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남을 쉽게 비하하지 말라는 말은 아주 어렵고, 아무나 알 순 없으며 그리 쉽지도 않은 것 같다. 내가 그를 쉽게 깎아내린 것처럼 이리도 쉽게 쓰여진 시 또한 누군가를 통해 쉽게 폄하당한다. 내가 그래왔던.. 2023. 2. 6.
#7 지우개 – 2022.12.03. SNS에서, 일본의 초등학생이 썼다는 한 시를 보았다. “저눈 말을 기역하는 지우게입니다. 여러 문방구에서 팔이고 있슴니다. 잘 사감니다. 그리고, 반으 모두가 저를 씀니다. 하지만, 모두가 지우는 거슨 틀린 말이기 때문애 저눈 틀린 말바께 기억하지 못함니다.” 지우개가 걸어왔던 길은 오답으로 가득찬 길이었겠지. 지우개에 의해 비로소 길이 깨끗해졌고 누군가는 그 길을 편하게 다니겠지만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누가 고마워하기라도 할까 내가 지우개였다면 과연 행복했을까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묵묵히 해낸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는 것 같다.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고 인정해주지도 않지만 지우개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오롯이 상대만을 위한 삶을 사는 이. 부모님이 생각나기도 한다. // 일본 초등학생이 쓴 시.. 2023.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