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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시

#33 사라진 소년을 찾습니다 – 2024.06.19.

by poetDeveloper 2024. 6. 19.

나비를 손에 담아 엄마에게 보여주던 소년이었다.

집 앞 화단에서 빵조각을 들고 분주히 움직이는 개미떼를 관찰하고

꽃밭에 들어가선 꾸띵이라고 부르던 꿀벌들과 함께 놀았다.

 

학교가 끝나면 500원짜리 컵 떡볶이를 하나 사서

방방에서 노는 친구들을 밖에서 구경하거나

딱지를 하나 사서 신나게 돌아다녔다.

 

문방구에서는 배추나 강낭콩을 사와 화분에 심기도 했고

매일 아침 새싹이 올라왔나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화장실에선 검은 봉투에 콩나물을 넣어 키우고 있었고

거실에선 구피와 사슴벌레, 장수풍뎅이가 함께 살고 있었다.

 

그 소년은 어디갔는가 ?

학교가 끝나면 커피 하나 들고 여유를 빙자하며 시간낭비하는

설레는 마음은 사라진 채 아침에 눈 하나 뜨기도 버거워하는

그 어떤 동식물도 없이 혼자 조용히 살고 있는

소년만 있을 뿐이다.

 

사라진 소년을 찾습니다.

오전엔 치과의사, 오후엔 가수를 한다고 했던

총명한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던

주말엔 거실에 엎드려서 숙제를 하며 노래를 부르던

그 시절의 나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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