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너는 좋겠다.
땅을 파고 들어가는 것이
슬퍼서 도망쳐버리는 것이 아닌
네가 가장 잘하는 일이라서 좋겠다.
달 너는 좋겠다.
밤에 고개를 빳빳이 드는 것이
고독하게 담배 한 개비 피는 것이 아닌
새로운 낭만을 선사해주는 일이라서 좋겠다.
너는 참 좋겠다.
세상의 기준 앞에 맞서는 것이
사춘기 청년의 한낱 반항이 아닌
너 자신을 믿고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좋겠다.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 매번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만 하다가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돌이 되고 싶다는 세상입니다. 마음이 힘들 땐 나도 저렇게 되고싶다며 부러워합니다. 땅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때 땅속에서 두더지를 마주치는 상상을 하며 같은 일을 해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달도 마찬가지로 밤에 고개를 치켜드는데 이것은 담배 한모금 마시려는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또 다른 낭만을 선사해주기 위함입니다. 저 또한 세상의 기준에 맞서 싸우는 사람을 동경하지만 스스로 그러지 못함에 부끄러워하고 끝내 말을 흐리며 고개를 떨구는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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