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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쓰는 개발자
생각 정리/넋두리

인스타그램

by poetDeveloper 2024. 3. 3.

때는 2020년 군대에 있던 시절이었다.

 

  당시 나는 상병을 된지 얼마 안되었고, 군대에 지루함을 느끼던 시기였다. 그때부터는 군대 안의 상황보다는 밖의 상황에 더 관심을 갖게 되어, 자연스레 SNS에 빠지게 되었다. 군대에서 인스타그램을 처음 만들었고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이 그저 재밌었다.

  근데 군대라는 곳이 기본적으로 행복이랑은 거리가 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쉽게 감정이 요동치기도 한다. 새벽에 근무를 나갔다가 3시간을 자고, 점심에 일어나서 교육 받고 다시 1시간 쉬고 근무를 나가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그런 시기가 몇개월정도 반복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인스타그램을 무심코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친구들은 방학을 맞아 모두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고, 인스타그램은 온통 여행 사진으로 도배되어있었다. 내심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안부를 물으면서도 그들을 진심으로 대할 수 없었다. 앞에선 안부를 물으며 뒤에서는 질투하고 있었다. 동시에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큰 상실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때부터는 친구들에게 어디를 다녀왔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부럽고 질투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인스타그램을 탈퇴했다.

  친구들을 진심으로 대하지 못한다는 부끄러움이 제일 컸다. 그들을 질투하고 응원해주지 못하는데 인스타그램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인스타그램을 잠시 접어두었다.

  그리고 전역 후 1~2년 정도가 지났다. 이 시기는 내가 느끼기에 SNS가 매우 활성화 되어 학과/학교 공지사항, 교내대회, 대외활동 등이 모두 인스타그램에 올라왔고 인스타그램이 없다면 정보들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스타그램을 다시 깔게 되었다. 그러나 친구들을 팔로우하거나, 친구들의 팔로우를 받지는 않았다.

  살면서 내가 군대만큼 힘든, 혹은 군대보다 힘든 시기는 반드시 돌아올텐데 그때 또 다시 친구들을 응원하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면 그때는 정말 부끄러워 그들을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나는 친구들을 팔로우하지도 않고, 친구들의 팔로우를 받아주지도 않는다. 내가 힘든 상황일 때에도 그들을 정말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고,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지도 팔로우를 받지도 않는 이유를 써보았는데, 사실 인스타를 정말 기록용으로 쓸 것이라면 굳이 친구들에게 보여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꾸준히 게시물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도 친구들은 제가 어떤 게시물을 올리는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종종 술자리에서 게시물을 보여주며 어디를 다녀왔고 무엇을 했는지 회포를 풀곤 합니다.